언택트 유니버시티 20 시간은 그 꼬리를 붙잡혀주지도 않고 신나게 달렸다. 여행을 갔다 온 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날들이 계속되었고, 이제 오월도 며칠 안 남아 얼핏 초여름의 냄새가 났다. 희미하게 제 존재를 잊지 말라고 고개를 빼꼼 드는 것 같은 승호의 군대 문제는 애써 흐린 눈을 뜨고 모른척했다. 기다리라고 하면, 까짓것 일 년 반 기다릴 생각이...
(추후 장편 후보 -1 메모장 정도로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그러니까-." 금발의 남자가 저보다 한 뼘은 더 커 보이는 남자의 팔을 붙들고 이리저리 흔들며 말했다. 말끝을 길게 늘이는 남자는 겉으로 슬쩍 보기에도 화려한, 모르는 사람이 보았으면 꽤 잘나가는 아이돌쯤 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모양새였다. 탈색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뿌리까지 꼼...
※ 모든 지명, 인물, 사건들은 실제와 관련이 없음을 알립니다. (오류로 인해 재발행 합니다. 죄송합니다.) 03. 유토피아 [일본. 아시아 동쪽 끝에 있는 입헌 군주국. 일본 열도를 이루는 홋카이도, 혼슈….] 약정이 한참 지난 낡은 핸드폰의 화면을 끈 뒤 규진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일본은커녕 제주도 땅도 밟아본 적 없는 규진에겐 멀디먼 나라였다. 갑...
언택트 유니버시티 18 아침부터 열차에 몸을 실으려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퇴근한 뒤 대충 씻고 딱 한 시간만 더 눈을 붙일 작정이었는데, 승호의 전화가 아니었으면 아마 그대로 잠에 취해 일어나지 못할뻔했다. 미리 정리해둔 짐을 백팩 하나에 몰아넣고 나서는데, 어디 멀리 여행을 가는 것처럼 승호는 캐리어까지 챙겨왔다. 것도 모자라 목에는 카메라를 걸었고 어...
※실존 인물과는 상관 없음을 알립니다 언니와 나는 열여섯, 열일곱에 처음 만났다. 나는 일월생, 언니는 십일월생이라 개월 수로 따지자면 얼마 되지 않는 나이 차임에도 불구하고,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주는 간격이 언니를 더 높아 보이게 했다. 이름이 샛별이네, 예쁘다. 언니 입에서 나온 내 이름이 그렇게 낯설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이미 미어터질 듯 차버린 연...
언택트 유니버시티 17 멋은 없었으나, 담백하고 진심을 꾹 눌러 담은 고백이었다. 승호는 매일같이 정민의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먼저 나와 정민의 집 앞에서 그를 기다렸고, 승호의 연락을 받고 나가면 둘은 그렇게 크게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견우와 직녀처럼 편의점 문을 앞에 두고 그토록 애틋하게 서로를 바라보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언택트 유니버시티 16 예뻤다. 제집에 찾아와 키스하고 싶다 졸라대는 정민이 예뻤고, 그보다 조금 더 진도를 빼니 안달 나버린 정민을 보는 것도 정말, 못 견디게 예뻤다. 그러다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낑낑대며 잠을 자는 모습도, 괘씸하지만 예뻤다. 그저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려는데도 눈에 밟히고, 씻는 도중에도 혹시 깨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메롱...
"감사합니다!" 밝은 조명과 사람들의 박수, 종종 장미도 한 송이씩 날아오는 낭만이 넘치는 곳. 여러 사람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그 뜨거운 기운을 만끽한다. 저마다 수고하셨다며 한 마디씩 거들고, 이제는 텅 비어버린 공연장을 바라보며 현수도 가발을 벗었다. 하얀 먼지가 조명의 빛을 받아 피어올랐다. 2006년, 초여름. 이곳, 대학로 공연장은 현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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